1980년대부턴 차체와 프레임이 하나로 돼 있는 '모노코크' 방식으로 바뀌었다. 모노코크는 0.8㎜ 전후 두께인 철판이 복잡하게 조합된 차체다. 모노코크 아래쪽이 플랫폼에 해당하는 셈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같은 차급 내 파생 차종에도 함께 쓸 수 있는 모듈(공용화가 가능토록 묶은 부품의 집합체)형 플랫폼이 나오기 시작했다. '퍼즐형'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에서는 플랫폼 자체에 모듈 개념을 적용해 하부 차체를 앞, 중간, 뒤 모듈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소형차 '비츠'를 만들 때 사용한 플랫폼을 '윌비'를 만들 때도 사용했다. 이어 플랫폼 뒤쪽 모듈만 길게 만들어 '플라츠'를 만들었고, 중간 모듈까지 바꿔 박스형 해치백 '펀카고'를 만들었다.
최근엔 폭스바겐이 플랫폼화를 넘어 레고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차급에도 갖다 쓸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을 바탕에 두고 '툴킷'이라는 표준화된 부품을 조립해 하나의 차량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모듈러 툴킷 전략'이라고 부른다.
기존 모듈화, 플랫폼화는 특정 차종을 기획한 뒤 부품을 펼쳐놓고 표준화, 공용화, 통합화하는 과정이었다. 반면 모듈러 툴킷 전략은 모듈을 먼저 기획한 뒤 모듈의 조합을 통해 제품을 만든다.
감덕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인 자동차 플랫폼 전략에서는 자동차 아랫부분을 공통으로 만든 뒤 외관이나 내장을 다양화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다"며 "폭스바겐은 자동차 구조 측면에서 표준부의 범위를 좁게 정해 레고식 조합을 통한 다양한 변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가로배치 엔진 전용 플랫폼인 MQB는 지난해 출시된 7세대 '골프'부터 적용돼 '폴로·파사트', 스코다의 '파비아', 아우디 'A1·A3'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제조원가를 20% 줄이고, 제품 개발 기간 역시 30%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QB 플랫폼의 경우 각종 엔진을 차량에 고정하는 위치가 통일돼 있어 현존하는 파워 트레인 90%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 가솔린, 디젤 등 기존 내연기관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기차에까지 쓸 수 있다.
일본 업체들도 폭스바겐과 유사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닛산은 공통 모듈 패밀리(CMF)라는 차량 설계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플랫폼에 공통으로 들어갈 모듈을 5가지로 표준화하는 것이다. 도요타 역시 도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엔진부, 섀시부 등 주요 부품을 일체화된 모듈로 개발하고 이것을 조합해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바로 대규모 리콜이다. 2010년 미국에서 발생한 도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 역시 공용 부품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특정 모듈의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리콜 사태에 직면하면 그에 따른 폐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감덕식 책임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모듈러 툴킷 전략은 현재 진행 중이라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다만 불확실한 환경이나 다품종 시대를 맞아 기업 전략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
출처 : 경향신문 홈페이지(2014.06.15, 링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