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1만 2000여대의 택배전용넘버(배 번호판)가 화물운송시장에 추가된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택배화물을 싣어 나르는 1.5t 미만 자가용 화물차에 한에 공급될 예정이며, 활동범위 또한 정부가 택배회사로 인정한 곳(16개사)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해당 넘버의 공급방법과 관리감독 방안 등의 세부지침을 마련해 오는 11월 중으로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는 갖갖이 추측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신규넘버 실소유주 누구?
총 1만 1200대의 배 번호판 신규넘버가 풀린 1차분은 택배회사(법인)가 아닌 자가용 택배기사인 개인 차주에게 할애됐다.
직영보다는 외주업체에게 일감을 위탁하는 게 위험부담을 낮추면서 운영효과는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설계된 운송시장 생리를 반영한 것이다.
넘버가 차주 개인에게 부여되면서 허가등록이 진행됐던 지난해 7월께에는 증차사업을 위해 동고동락했던 택배회사와의 관계가 틀어진데 따른 압박이 구획조정과 패널티 등의 형태로 ‘배 번호판’ 소유주인 택배기사들에게 가해졌다.
실제로 해당 차주들을 관리한다는 명분하에 구축된 택배차량 이력시스템을 가동하는데 따른 제반비용(대당 8000원)을 반강제적으로 착취하는가 하면, 허가지침상 취급이 불가한 택배 외에 화물과 관련 노선을 배정한데 따른 책임은 배 번호판 차주에게 떠넘기면서 법인이 아닌 개인에게 할당한데서 비롯된 문제점으로 내걸고 있는 게 대표적 예다.
방법론을 두고 16개 택배사들은 1단계 증차때와 달리 법인 명의로 된 신규넘버를 업체별로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인 즉슨 활동범위가 택배로 제한된 정부방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택배전용넘버 부착 차량들은 택배회사와의 계약을 통해야 성립되며, 브랜드 기업체에 존속된 형태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다.
설령 배송기사 개인에게 부여한다하더라도 물량 공급자인 본사와의 계약에 의거, 영업방침에 맞춰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택배 서비스의 총괄 주체인 회사로 발급해야 마땅하다고 16개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인력․차량부족난 해결 가능성 희박
결론부터 말하자면 택배차량 및 배송인력 수급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신규허가를 추가한다 하더라도 집배송용 차량 증편은 물론 그로 인해 문전배송 서비스가 나아질 것이라는 가시적 효과는 희박하다는 얘기다.
다만, 자가용 배송기사와 이들을 장내로 끌어들인 택배회사들은 화물운송시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으로 마련된 신고포상금제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교부받게 된다.
택배전용넘버 1차 공급이 확정됐던 지난해 2월, 택배업계 대변자인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영업용과 자가용 택배차량 현황을 산출해 필요대수분이라며 국토교통부에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협회가 공개한 차량현황을 보면 총 3만 61대(2012년 4월 기준)의 집배송 차량이 운행 되고 있으며, 이중 49%가 비사업용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분 만큼의 신규허가를 발급해 영업용으로 전량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내용은 비등한 수준에서 받아들여졌고 결국 1만 1200대의 자가용 택배차량에 ‘배 번호판’이 부착됐다.
산술적으로 보면 택배회사 주장대로 차량부족난이 해결됐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며 자가용 비중 또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와 택배회사가 증차이유로 내걸은 택배물량은 성장가두를 달리고 있는 반면 이를 하청받으려는 배송기사(개인차주)가 충원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에 투입된 자가용 택배차량의 흰색 넘버를 노란색 영업용으로 전환했다한들, 이전에 조명됐던 제한된 여건에서 비롯된 인물적 수급난과 하청업체 담당자의 책임성 부재로 인한 각종 택배사고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힘든 형국이다.
▲2차분 사업 최대 수혜자는?
1차 때와 달리 이번 2차 사업에서 달라진 점은 서비스 품질 평가가 심사대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16개사별 서비스 수준과 안전 품질, 질적 향상을 위한 자구 노력 등을 종합해 1만 2000대 중 일부를 배분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이를 감안하면 중하위권 중소기업체보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권 대기업체가 우선 대상자로 등극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그 대상에는 통상 1위를 석권한 CJ대한통운과 연내 오픈을 계획 중인 농협택배가 중심에 있다.
먼저 CJ대한통운 주가가 승승장구 중이라는 게 가능성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약 85% 뛰어오르면서 증권가 목표주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평균적으로 주당 2만원 오른 CJ대한통운에 대한 평가는 처리물량 증대에 따른 수익성 회복과 계약물류(CL)부문의 판가인상, 물류 효율성 및 원가절감 부문에서 투자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부터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할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수혜자로 예고된 곳은 농협이다.
뜸들여온 택배시장 진출설에 무게가 실린데 따른 것이다.
최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우체국 택배의 토요일 배송 중단과 단가인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농협 측에 택배사업 진출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농협택배는 재검 대상에 올랐다.
만약 개설된다면 농산물 직거래에 따른 비용절감을 사회 환원했다는 차원에서의 공익성과 함께 민간업체가 일부 제한하고 있는 산간도서 지역까지 서비스망을 섭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가 유력시된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기 때문에 선뜻 뛰어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면에는 신규 사업에 따른 실적 창출을 갈구하고 있어 진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택배증차를 비롯한 화물전용 KTX 도입 및 고속도로 휴게소 배후부지 물류시설 확충,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 등이 담긴 ‘물류서비스 육성 방안’ 세부안을 연내 마련․추진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